바카라 연구에 대한 단상
바카라 연구라? 물론 어차피 바카라를 마주해야 한다면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것이 좋습니다.
연구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?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카라로 잃은 돈을 복구하려고
시작할 겁니다. 이게 참 아이러닙니다. 비기너스 럭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건 찰나일 뿐,
일단 죽고 들어가는 게 바카라의 본질이고 현실입니다. 더 기가 찬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
현실에서 벗어나려 도전이니 연구니 공부니 발버둥칠수록 점점 더 그 수렁이 깊어진다는 겁니다.
패배의식? 이제껏 바카라 빼놓고는 인생 살면서 마음대로 이루지 못한 것이 별로 없었으나
이 놈만은 난공불락이더군요. 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면 무모했던 도전정신과 제 자신의 지나칠
정도의 집착이 더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.
정주영의 해보기는 해봤어 정신? 충분하고도 넘칠 정도로 할만큼 해봤고 젊음의 특권이지만
그 특권을 남용하는 바람에 젊은 시절에 이뤘어야할 중요한 것들을 이루지 못하고 뒤늦게
하자니 사실 좀 버겁고 힘들고 툭 까놓고 재미도 없습니다, 너무 재밌는 거를 알아버린 뒤라.
해도 후회, 안 해도 후회? 라고 한다면 해보고 후회하는 편이 낫겠죠. 하지만 간과하면 안되는
또 다른 이슈는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게 되고 오래하면 할수록 그 중독의 꼬리가 평생을 따라
다니면서 죽였다 살렸다 농간을 부린다는 겁니다, 마치 마약중독자가 느끼는 금단현상처럼.
이게 미치는 거죠. 이미 머리로는 아니라고 하나 몸과 마음은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게 됩니다.
방법은? 이 곳에 들어오신 여러분들은 이미 '뻐.둥.새'입니다. 이 곳은 근사하게 탈출할 수 있는
방도나 출구도 없을 뿐 아니라 낙장불입이기에 한 번 들어오면 자기 힘으로 철회하기도 거의
불가능한 곳입니다.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못 견딜 정도로 그립고 사무칠 때 잠시 잠깐 회포를
푸는 것이 그나마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, 그것도 잔여 한도 내에서.
이상 도박이라곤 로또같은 거는 쳐다도 안 볼 정도로 바카라만 이십오년 이상을 해왔고
십년 이상 연구하였던 어느 진행성 바카라 환자(뻐.둥.새)의 고백이었습니다.